1. 새(물총새의 아종)-Magenta-Hued Dwarf Kingfisher

-목격담이 전설처럼 내려오는 아름다운 새가 있습니다. Magenta-Hued Dwarf Kingfisher라는 작은 새입니다. 마젠타, 블루, 오렌지 로 구성된 화려한 깃털을 지닌 이 새는 물총새 중 가장 작은 새입니다.

최근 필리핀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마젠타 요정 물총새가 발견돼 화제입니다.1880년 한 생물학자의 목격담 이후, 마젠타 요정 물총새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00여년 만에 생물학자 미구엘 데이비드에게 마젠타 요정 물총새가 발견되었는데요. 생물학자 미구엘은 8명의 현장 작업자, 사진작가와 함께 새 서식지를 분석하고 문서로 남겨 생태계를 보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희귀한 종인 마젠타 요정 물총새를 연구하고 찾아 나섰는데요. 처음 찾았던 둥지는 무단 침입한 자들에 의해 파괴되어 있었고 물총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 '마젠타 요정 물총새'가 발견되었는데요. 이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물총새들이 서식지에 다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환경이 정화되고 있는 신호라며 '마젠타 요정 물총새'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문기사링크

2. 유성우 流星雨 / Meteor shower

유성군(流星群), 성우(星雨)/우성(雨星), 운석우(隕石雨), 별똥비라고 하기도 한다.

어느 특정한 시기에 유성이 많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유성우의 원인은 혜성으로 알려져 있다. 혜성은 태양 가까이 지나가면서 태양풍에 의해 물질이 증발하여 우주 공간에 대량의 파편을 남기는데, 이 파편 부분을 지구가 공전하면서 지나가게 된다. 그러면 지구에 이 여러 조각의 파편이 떨어지다가 지구 대기에 의해 마찰이 생겨 유성이 된다. 파편의 수가 많으므로 평소와 달리 유성이 한꺼번에 많이 보이게 된다. 이 현상이 유성우이다.

유성우는 매년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지구가 1년에 1바퀴 공전하기 때문이다. 즉, 지구가 거의 같은 자리를 지나므로 파편이 많은 자리를 또 지나는 것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 혜성의 방사점도 거의 비슷하다. 방사점(또는 복사점)이란 간단히 말해 유성이 밤하늘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구가 태양에 대해 공전궤도에서 같은 부분에 있을 때 발생하게 되므로 유성우가 내릴 때 별자리의 배열도 비슷해진다.

여러 유성우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으로 페르세우스 유성우, 쌍둥이자리 유성우, 사자자리 유성우 등이 있다.

2-2.쌍둥이자리 유성우

쌍둥이자리 유성우(Geminids)는 3200 파에톤 소행성에 의해 유발되는 유성우이다. 유성우의 원인은 혜성으로 알려져 있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느리게 움직이며 12월 13일에서 12월 14일경 최고조에 도달한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해마다 증가하여 최근에는 시간당 120-160개의 유성이 관측되었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1862년 처음 관측되었는데 다른 유성우보다 근래이다.

이 그림은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보았던 기억을 재구현해서 그려졌다. 기억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과거의 사실들이 혼재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3. 해일

해일(海溢)은 바다에서 높은 파도가 밀려오는 현상으로 폭풍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과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있다. 이 중 태풍이나 저기압 등에 의해 생기는 것을 폭풍해일, 지진이나 화산 활동 등에 의해 생기는 것을 지진해일(쓰나미)이라고 구분해서 부른다. 빙하의 붕괴로 일어나는 해일을 얼음 해일이라고 하는데, 1960년대 쯤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얼음 해일은 높이가 무려 250m나 되었다고 한다.

3.1.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神奈川沖浪裏)는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제작한 목판화이다. 1825년 무렵에 간행된 우키요에 연작 《후가쿠 36경》 중 하나로, 거대한 파도와 배, 배경에 후지산이 그려져 있다. 호쿠사이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며 세계에서 알려진 가장 유명한 일본 미술 작품의 하나이다. 현재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4. 포스트 아포칼립스 Post Apocalypse

사이언스 픽션의 하위 장르로서 세계종말을 테마로 하는 장르다. 인류 문명이 거의 멸망한 뒤의 세계관, 또는 그런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 픽션 작품들을 뜻한다.SF 장르계에서 종말의 때라는 관념을 가리키는 의미로 아포칼립스라는 용어를 차용한 이래 아포칼립틱 픽션이라고 하면 세계종말을 다루는 서브장르를 의미하는 용어로 널리 쓰이게 된다. 거기에 '~의 이후'를 나타내는 Post-를 덧붙여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세계종말 이후의 세계를 의미하는 서브컬처계의 용어가 된다.

4-1-1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사용되는 지구멸망의 다양한 원인들

문명붕괴, 핵전쟁 또는 제3차 세계 대전, 좀비창궐, 돌연변이 창궐, 외계의 침공, 경제파탄, 자연재해, 천체충돌, 전염병, 생화학 무기, 기계의 오류, 기계의 반란, 자원고갈, 인류의 변화, 인구 급증, 인구 감소

4-1-1-1. 문명 붕괴: 어떠한 이유로 번영하던 특정 대륙이나 국가의 문명이 급속도로 퇴화하는 경우. 가까스로 정부를 유지하거나 심하면 나라가 무정부 상태에 빠질 수 있고, 내전이 발발하는 등의 위기를 이어 현대 문명의 거의 대부분의 기술력들은 더 쓸 수가 없으며, 의료 기술은 일부를 제외하면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해서 도시나 국가 단위로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지기도 하고, 핵무기나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한 나라는 더 이상 관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인류의 근간을 구성하기 때문에 인류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내용이 심도있게 구성된다.

4-1-1-2. 핵전쟁, 제3차 세계 대전: 이 경우는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라는 명칭을 따로 쓰기도 하고, 냉전 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일본은 실제로 맞아본 경험이 있어서 핵무기의 공포가 일본 현대문화에 뿌리내렸다는 이론도 있다.여기있는 원인들 가운데 가장 현실성있는 멸망 원인으로 현실로 실현될 뻔한 적이 약 150번 정도 있었다. 제3차 세계 대전의 경우 현실적으로 고려해 봐도 매우 높은 확률로 핵전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핵전쟁 취급이다.

4-1-1-3. 좀비 창궐: 역시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명칭으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현실성과 비현실성을 교묘하게 결합한 장르라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중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있다.

4-1-1-4. 돌연변이 창궐: 바이러스나 방사능 같은 이유로 돌연변이가 나오는 경우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특징 때문에 인간들에게 차별받는 것에 불만을 품고 집단 폭동이나 전쟁을 벌이거나, 돌연변이는 무조건 인간들을 적대한다거나, 곤충이 돌연변이로 커져 인간을 습격하는 것 같이 다른 돌연변이 생명체가 인간을 습격하거나, 돌연변이로 만드는 전염병이 퍼져서 더는 지구상에 정상적인 인간이라 할 수 있는 자가 없어졌다든가 등이다. 뉴클리어 아포칼립스와 연계해 일어나는 작품이 꽤 된다.

4-1-1-5. 외계의 침공: 에일리언 아포칼립스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SF에서는 매우 흔한 장르. 인류를 훨씬 뛰어넘는 기술력의 외계인들이나 기괴한 외계 괴물들이 지구를 침공하는 경우. 이 장르에서 상대가 인류의 과학기술이나 지성으로는 대항하거나 이해하기도 힘들 정도로 차이가 난다면 코즈믹 호러가 되기도 한다.

4-1-1-6. 경제 파탄: 세계 대공황 등. 대공황 시기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호보가 사회문제와 문화 코드일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아서 C. 클라크의 라마 시리즈 2권에서 인류가 태양계 스케일의 경제 대공황을 맞아 모든 우주개발을 멈추고 지구 이외의 행성·위성에 사는 사람들을 50년 이상 방치했다. 존 F. 케네디 우주센터가 밀림으로 바뀔 정도.

4-1-1-7. 자연재해: 지진이나 쓰나미, 홍수 같은 자연적 대재해. 보통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는 전 지구적인 재해인 경우가 많다. 인류가 이미 숱하게 겪어온 만큼 현실성은 무척 높다.

4-1-1-8. 천체 충돌: 거대한 운석, 소행성, 혜성 따위가 지구와 충돌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4-1-1-9. 전염병: 중세시대의 흑사병 때부터 시작했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코로나19 사태를 보듯이 현대인들에게도 상당히 실제적으로 느껴진다. 그 전염병이 사람에게는 영향이 없더라도 아일랜드 대기근 같이 식량 생산이 불가능해질 경우도 있다.

4-1-1-10. 생화학무기: 핵무기나 전염병에 비하면 충격이 약하지만, 이쪽도 가난한 자의 핵무기라고 부를 정도로 막강한 위력이 있다.

4-1-1-11. 기계의 오류: 기계가 오류를 일으키면서 문명이 붕괴하는 것. 현실에서는 Y2K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4-1-1-12. 기계의 반란: 고도의 인공지능과 그의 통제를 받는 기계들이 아예 작정하고 인류를 말살하려 드는 경우.

4-1-1-13. 자원 고갈: 대부분 석유나 식량 같은 주요 자원의 고갈. 실제로도 오일 쇼크가 일어났던 적이 있는 만큼 현실성은 비교적 높다.

4-1-1-14. 인류의 변화: 대부분의 인류의 원인 모를 퇴화나 광(狂)화해 이전과 같은 사회가 불가능해진 세계. 대부분 생존 이야기들이 많다.

4-1-1-14. 인류의 변화: 대부분의 인류의 원인 모를 퇴화나 광(狂)화해 이전과 같은 사회가 불가능해진 세계. 대부분 생존 이야기들이 많다.

4-1-1-16. 인구 감소: 인류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한 유전자 변형이나 국제적인 불임 현상, 성비 불균형 등으로 아이를 낳지 못해 인류의 숫자가 서서히 줄어드는 세계. 이 경우 도시는 멀쩡해 보이지만, 거리의 사람은 적은 묘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또한 소녀나 소년이 귀중한 자원이나 마찬가지여서 아이들을 돈 받고 팔기도 한다.

4-2. 장르문학에서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사이언스 픽션, 서브컬처계의 아포칼립스/포스트 아포칼립스 픽션의 원형 자체는 19세기 경 부터 존재했다. 대체로 최초의 작품은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으로 본다. 특히 20세기 들어서 인류가 핵무기와 같은 정말로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는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한다.

5. 불

BTS의 불타오르네

내 그림에는 이 자주 등장하는데 불타오르는 이미지가 주는 에너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을 보면 괜시리 선사시대의 인류 중 한명이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면서 겪어 본 적도 없는 아득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한 착각이 일기도 한다.

나에게는 불에 대한 두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하나는 2015년 1월, 당시에 입주해있던 레지던스에 화재사고가 있었다. 다행이 큰 불은 아니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림이 꽤 많이 불에 훼손돼서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생활비라도 좀 벌어보겠다고 무슨 알바 면접을 보고 나왔는데, 핸드폰 전원을 켜니 문자가 200개? 부재중 전화도 50여통이 찍혀 있었다. ‘작가님 큰일났어요!!’ 카톡에서도 느껴지는 그 다급함이란.. 그 해 가을에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었고, 한참 작업 중이던 캔버스의 마르지 않은 유화물감 위로는 검은 그을음이 잔뜩 앉아있었다. 도저히 닦아내거나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준비하던 전시의 컨셉을 아예 변경했다. 우선 전시의 제목을 〈무엇을 불태울 것인가〉로 변경 했고, 그림에 이미 눌러 붙은 그을음 위에 불타고 있는 도상들을 덧 그려서 〈우리는 무엇을 불태웠는가〉라는 그림을 완성시켰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첫번째것보다는 훨씬 가볍고 우습다. 얼마전에 모 미술상을 수상하게 되어서 감사하게도 그 후원사와 재단이 운영하는 회사 사옥 로비의 전시장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가졌다. 나는 로비에 높이 2미터60센티짜리 커다란 그림을 내걸었다. 대표작이기도 했고 1회 미술상의 대상이니까 이런 그림을 사주지 않을까 하는 속물적인 기대도 조금은 있었다. 근데 이 회사에 무슨 안 좋은일이 있었는지 나는 자세한 건 모르지만 회사 내 높으신 분?께서 큐레이터에게 저 불 그림 언제 떼냐고 물었다고 한다. 저 것 때문에 우리 회사 일이 자꾸 꼬이고, 부정타고, 잘 안풀리는 것 같다고 성토를 했다고 하면서..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난 그걸 진지하게 말하는 그 높으신 분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저렇게 아무 말이나 해도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구나.. 아니면 높은 자리에 있으니까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걸까? 기분이 상하거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정말 내 그림에 그런 마법같은 힘이 있다면, 혹시 그렇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어서 구입해서 본인의 적에게 보내는 건 어떨까? 그 사람을 저 아래 진창의 구렁텅이에 처박아 줄지도 모르잖아.

5-1. 불에 탄 나무들

저멀리나무였던_0042.mp3

6. 멀리 보이는 산

저는 지평선을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요. 하나의 작은 붓 자국이 먼 산이 되는데, 산 안에 있는 나무와 수풀과 수많은 동물들, 바위와 야생화가 그 작은 터치 속에 전부 들어있다는 상상이 저를 즐겁게 해요.

특히 운전을 하면서 펼쳐지는 지평선과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빠르게 바뀌는 근처의 사물들과 저 멀리에 있는 천천히 움직이는 산들. 하늘의 구름과 아득히 먼 별들과 달이 만드는 풍경을 바라보는게 정말 좋아요. 얼마 전에는 서울 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를 가면서 초입의 산들과 점점 깊어지는 산의 모양에 심취해서 나가야 할 인터체인지를 놓친 적도 있었어요.

저 멀리 보이는 풍경, 그 아스라한 원경이 불러일으키는 묘하고 그리운 감정의 원인은 뭘까요? (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거라면 죄송합니다.) 원근법이 주는 단순한 착시일 뿐인데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멀리 있는 풍경을 보게 되는 경우는 보통 도심지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갔을 경우이거나 산이나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상황이 주는 감각적인 자극이 먼 풍경을 통해서 환기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유전자 안에 깊숙하게 새겨진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럼 어느 정도의 원경에서 그런 감정이 극대화 되는 걸까요? 비행기를 타고 이륙할 때의 풍경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어느 정도 올라가면 아래의 땅이 경이롭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풍경이 너무 멀어지면 실제 같지 않잖아요? 다들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6-1. 원근법

과학적인 원근법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건축가이자 조각가였던 브루넬레스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근법을 미술가의 기본 훈련으로 여기고 체계화한 사람은 인문주의자이며 과학자, 건축가, 시인이기도 했던 알베르티이다. 알베르티는 자신의 저서 '회화론'에서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 본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에 대해 썼다.

화가가 한자리에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자연의 모습을 기하학적 체계로 정리해 인물, 건축과 풍경이 조화롭게 배열된 공간의 재현을 가능하게 한 원근법은 새로운 기술적 발명이었다. 원근법은 미술과 수학의 결합이었고, 시각의 과학을 대변하는 도구로 받아들여졌다. 또 미술가들은 더 이상 장인적인 기술을 배우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자연을 관찰하고 지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1430년대부터는 실험적 미술가들은 앞을 다투어 자신의 작품에 원근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원근법은 예술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길 바라는 욕구를 반영한 것이며, 눈과 대상 사이를 축약해 공간 안에서 단일하게 위치시키고 고정시키는 관습으로 인해 사실적인 기법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세계에서 현대인의 시각성은 여러 매체를 통해 학습되고 변화했으므로 현대회화에서 원근법을 어떻게 적용시켜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새롭게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3가지의 대안을 상상하고 실험했는데 다음과 같다. 1. 앞과 뒤 전과 후가 뒤섞인 풍경으로 기능하는 원근법. 이것은 시각적 실인증 환자의 시야를 상상하며 구성하였다. 2. 하이퍼링크의 팝업처럼 작용하는 원근법. 필요에 따라 일부분을 확대하거나 부분과 전체를 전복시키는 효과를 가지도록 고안한다. 3. 앞에 있을수록 희미해지고 뒤로 갈수록 선명해지는 역 원근법이 그것이다.

7. 마른 식물의 가지와 잎

인간의 세계가 끝이 난다고 해서 그것이 지구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지구는 적어도 수차례의 대멸종을 겪었다. 흔히 알려진 페름기 말의 대멸종에서는 전체 지구의 생물종 중 단 10퍼센트만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종의 멸종은 너무도 흔하고 평범한 사건이며, 여러 종류의 종이 동시에 사라지는 대멸종조차도 충분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반적인 일일뿐이다. 지구는 인간에게 관심이 없다. 우주에게 있어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작은 먼지조차도 아닐 것이다.

8. 붓 자국

날카롭고 큰 회색의 붓 자국, 파란색의 둥글둥글한 붓 자국, 노을색의 커다랗고 은은한 붓 자국, 형광 연두색의 스프레이 자국, 파도를 닮은 연두색의 붓 자국, 더 큰 파도를 떠올리게 하는 하늘색 붓 자국, 세계의 틈 같은 검은색, 몽글몽글하게 녹아내리는 터치, 물감이 뒤섞여 지글거리는 나이프 자국

8-1. 날카롭고 큰 회색의 붓 자국

이 커다란 회색 터치는 아크릴 미디움을 이용해서 더 볼륨감있게 만들려고 했다. 아크릴 물감의 특성상 마르면 그 부피가 많이 줄어들어서 내가 원하는 볼륨을 내기 위해서는 더 과하게 물감을 발라야 했다.

난 유화를 사용하는 걸 선호하는데 유화의 마티에르가 아크릴의 그것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끝이 뾰족하게 솟아 나거나 붓질의 경쾌함을 살리기 좋다. 그렇지만 이 그림이 아크릴로 그려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17~18년에 나는 작업실이 없어서 원룸 집에서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런데 유화를 그리고 일어나면 아침마다 코피가 너무 심하게 나 있어서 이불이랑 베개가 다 피로 젖어있는 일이 잦았는데, 원인이 유화작업을 하면서 쓴 유기용제 때문인것 같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재료를 아크릴로 바꾸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재료가 바뀌면 그리는 리듬도, 더 효과적인 방식도 변화한다. 아크릴은 채도를 지키기 유리하고, 건조속도가 빨라서 계속해서 붓질을 덮거나 겹쳐 그리기 좋다. 레이어를 쌓거나 마스킹작업이 필요한 경우 유화보다 훨씬 작업속도가 빨라진다. 그렇지만 물감이 마르면서 부피가 꽤나 축소하고, 젖어있을 때와 말랐을 때의 색 차이가 있는 건 큰 단점이다.

이번에 난지창작스튜디오 기간이 끝나면 난 또 작업실이 없다. 마흔에 가까워지면 작업실 구할 정도의 능력은 생길 줄 알았는데..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제가 작업실을 구할 수 있기를 함께 두 손 모아 기원해 주세요.

8-2. 파란색의 둥글둥글한 붓 자국

이 파란색의 동글동글한 붓 자국은 물이 방울지는 형태나 촉감을 상상하면서 그렸다. 붓의 종류나 크기, 모질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질감의 차이를 미묘하게 변화시키면서 어떤 터치는 따듯하고 또 다른 터치는 차가움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차가운 느낌이 뜨는 터치를 따스한 느낌이 드는 색상으로 바르거나 그 반대의 경우로 칠하기도 한다. 붓에 물감을 발라서 캔버스 면 위에 문질러 물감을 옮기는 행위를 ‘붓질한다’ 혹은 ‘물감을 바른다’라는 표현 왜에도 더욱 다양한 어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붓질’은 평온하고 또 다른 ‘붓질’은 매우 날카롭고 신경질적이다. 이 두 행위를 같은 것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까?

8-2-1 불공정한 거래

그건 누가봐도_0035.mp3

8-3. 노을색의 커다랗고 은은한 붓 자국

스타워즈 ost (Binary Sunset)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영화를 보면 해 지는 장면이 늘 등장하는 것 같다.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에서 처럼 장엄하고 신비로운 하늘이 연출되고, (주로 석양이고, 가끔씩은 일출 장면) 그것을 바라보고 있거나 배경 삼아서 주인공이 서 있다.

이 그림에서 나는 주황색의 큰 붓질을 석양의 감각(?) 감정(?)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사용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가?)

붓질의 속도를 조절해서 그 근처에 있는 파도를 닮은 붓터치와 대비되게 만들고 싶었다.

8-4. 형광 연두색의 스프레이 자국

E.L.O.의 Ticket to the moon

형광색을 사용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오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튀기 위한 그림, 자극적인 그림, 야한?그림 혹은 가벼운 그림.

나는 세계를 재현하고 싶은 것이지 자연을 재현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자연물을 바라보는 시간보다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화면 속 세계를 들여다 보는데 사용한다. 빠르게 움직이고 전환되는 화면과 깜빡거리는 빛, 그리고 네온 컬러는 이제 너무 익숙하다. 형광색을 통해서 나는 대비되는 채도를 구현하고, 명시성의 차이에서 오는 충돌하는 감각을 보여준다. 나에게 세계는 늘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충돌과 대비, 그리고 그런 뒤섞여있는 상황 그 자체로 느껴진다.

8-4. 형광 연두색의 스프레이 자국

파도의 형태를 그리는 것에 대해서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화면을 더 역동적이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것 같았고, 재난을 떠올릴 수 있게 해서 종말물의 느낌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옆에 붉은색 배경의 터치와 속도를 다르게 칠해서 터치의 속도에 따른 감각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용이해 보였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 파도의 형태를 닮은 붓 터치 반정도는 실패라고 생각된다. 나는 포스트아포칼립스물의 클리셰를 이용하고 싶었는데, 해일의 이미지가 전면적으로 등장하면서 종말물보다는 재난물에 가까운 작업이 되었다. 재난 자체에 주목한 것이 너무 쉬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의 일상을 드러내는 클리셰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했어야 했다. 이 부분을 그리면서 우키요에 중에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라는 작업이 생각나서 구글로 이미지를 검색해서 찾아봤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재난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 그림 〈세계가 끝나고 난 뒤의 어느 날〉을 그릴 때는_지금도 그렇지만_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진 상황이었고, 나는 그게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영화의 한 장르 속 상황 같이 느껴졌다. 이 그림을 그리기 직전까지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영화 장르에서 그림의 레퍼런스를 가져왔었다. 그래서 이 작업은 자연스럽게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클리셰를 이용한 그림이 되었다.

8-6. 더 큰 파도를 떠올리게 하는 하늘색 붓 자국

물감을 캔버스에 바르면서 속도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한다.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은 힘을 들여서 거칠게 움직일까? 캔버스의 표면을 얼마만큼 매끄럽게 만들어야 할 지, 물감을 바르고 이미지를 다듬을 때 어느 정도 정리 할 지 고민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림을 볼 때 어떻게 그렸는지 보다 무얼 그렸는지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듯 하다. 그런데 나는 어떤 걸 그릴지, 왜 그릴지 고민하는 시간이 2~3정도 된다면 나머지 7~8은 어떻게 그릴지고민하는데 사용한다. 어떤 방식으로 그리는 지에 대해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다. 그리기를 시작한 후에도 붓질이 멈춘다. 한번은 이런 스스로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무도 관심없는데... 내가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 지 따위엔.

8-7. 세계의 틈 같은 검은색

그림을 그릴 때, 붓 터치를 쓱 긋고그 붓 자국 주변을 세필로 살살 체워가면서 그리는 짓을 하곤 해요. 그래서 그림을 휙 보면 지나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붓 터치들이 둥둥 떠 있는 것 처럼 보이거나 스티커를 붙여놓은 것 같이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어떤 방법으로 그린건지 궁금해 하며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별거아닙니다. 그냥 세필로 하나 하나 따서 그렸어요. 헤헤..

왜 이렇게 그리냐면, 처음에는 시각적 실인증에 대한 글을 읽고 원근법(6-1. 원근법)을 뒤 섞어서 그리는 걸 시도했는데, 나중에는 같은 방법으로 붓 터치를 캔버스의 화면 위에 올려 놓고, 그 뒤의 배경을 그리는 식으로 발전했거든요. 위에 올려진 붓 자국이 피사체를 재현하기 위한 재료로 작동하면서 동시에 물감이라는 물질로 환원되고 있는 상태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해봤습니다.

저는 붓 터치들 사이에 세필로 그려진 검은 공간을 보면 꼭 세계의 틈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뒤돌아 보니 틈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나 봅니다. 2012년에 그렸던 〈새벽의 틈〉이라는 작업도 생각나네요. 낮과 밤을 동시에 한 화면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전 이렇게 늘 서로 함께 있기 어려운 것들 상반되는 것들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나봐요. 비슷한 맥락으로 화환이 이동식 화장실 앞에 놓여있는 무제2라는 그림도 있어요. 묘한 기분이 드는 풍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늘 이런저런 것들을 아무렇게나 그려대고 사람들은 제가 그리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기를 어려워 하죠. 때로는 제가 그린것들의 소재를 묶거나 그리기의 방식을 묶거나 하면서 의미를 찾기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저한테 단 하나의 명제가 있다면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세준이가 되자’ 정도가 될 것 같아요. 그게 뭐여. 누가 그리지 말래?! 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생각보다 아무거나 그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대부분의 미술가_저는 회화작가로 한정지어 말하고 있지만 다른 매체라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죠_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비슷한 방식, 혹은 비슷한 소재를 반복해서 수행하 듯 그립니다. 어디가서 들은 이야기 중에서 ‘누구 작가’ 하면 딱 떠오르는 단어가 있어야 미술시장에서 팔리는 작가?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물방울! 사과!! 한복입은여자!!! 돌!!!! 한지로 돌돌 말아서??! ㅋㅋㅋ 웃자고 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저는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서 하나의 것을 반복하는 수행성을 가지기 보다 하나의 태도를 가지고 싶어요. 그림을 대하는 태도. 그게 저에게는 무엇이든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릴 수 있는 그림에서의 자율성이었고,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 그림의 소재를 ‘세계’라고 못 박아 두었죠. 따라서 제가 무엇을 그리든 그것은 세계의 부분집합으로서 그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리는 대상보다 상태에 언제나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요.

이 검은 색의 물감을 계속 들여다 봐 주세요. 우주 같지 않나요? 우주를 상상해 주세요. 세계의 틈에서 보이는 우주를요. 그리고 오르트 구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보이저호를 떠올려 봐요 우리.

8-7-1. 보이저 1호

보이저 1호(영어: Voyager 1)는 현재까지 운용중인 NASA가 제작한 무게 722 kg의 태양계 무인 탐사선이다. 보이저 계획에 따라 1977년 9월 5일에 발사됐으며, 1979년 3월 5일에 목성을, 그리고 1980년 11월 12일에 토성을 지나가면서 이 행성들과 그 위성들에 관한 많은 자료와 사진을 전송했다. 1989년 본래 임무를 마친 뒤에는 새로이 보이저 성간 임무(Voyager Interstellar Mission)를 수행하고 있다.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체 중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2004년 12월에 말단충격을 거치고 94 AU 지점의 태양권덮개에 도달했으며, UTC 기준으로 2006년 8월 12일 21시 13분에 100 AU 지점에 도달했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둘 다 세 개의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를 사용하고 있으며, 예상 수명을 훨씬 넘었으나 2030년까지는 지구와 통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8-8. 몽글몽글하게 녹아내리는 터치

아이스크림처럼 보이는 이런 미끌거리는 터치를 쓰기 위해서는 캔버스 밑작업을 할 때 충분히 젯소를 바르고 표면을 갈아낸 뒤, 흰색 아크릴 물감을 한번 더 얇게 발라서 매끈거리는 밑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나는 이렇게 처리된 캔버스 위에서 붓이 미끄러지듯 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실은 밑작업 하는 과정을 너무나 귀찮아 하기 때문에 여러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느낌을 보다 간단하게 줄 수는 없을지 연구했었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대안이 될 만한 더 나은 방식을 찾지는 못했다.) 젯소에다가 물에 희석한 바인더를 조금 추가하거나 더 가는 캔버스(세목)를 사용하는 방법이 그나마 찾은 대안이긴 한데 둘 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 바인더를 이용한 방법은 밑바탕의 색이 조금 푸른 느낌이 난다. (Golden사의 GAC100을 이용) 그리고 양 조절을 잘못하면 표면에 약간의 크랙이나 주름이 생긴다. 세목 캔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이런 문제는 없지만 캔버스의 내구성에 대해서 테스트가 필요하고 브랜드가 많지 않아서 캔버스를 고르는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8-9. 물감이 뒤섞여 지글거리는 나이프 자국

나이프를 이용해서 물감을 섞어가면서 이런 자국을 만드는데 아무래도 나이프로 펴 바르다 보니 붓터치에 비해서 볼륨감이나 마티에르는 훨씬 평평하게 나오지만 이미지는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사용하는 색에 따라서 느낌이 많이 달라지고, 이미지 적으로 물질이 강조되는 터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모양이 소리의 시각화된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서걱서걱 눈을 밟을 때 나는 소리를 시각화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처음에 이런 이미지를 만들고 여기저기 이 방식_나이프로 문질문질 그리기?_으로 물감을 캔버스에 발랐다. 나중에 나의 다른 그림에서 이런 나이프 자국을 보면 반가워 해주시길...

8-11. 스페이스 오페라 Space Opera

우주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전쟁을 주요 소재로 삼은 SF 소설을 의미하며, 1940년대부터 인기를 끌며 하위 장르화되면서 그런 요소를 가진 만화, 영화 등 다른 미디어의 작품들까지 포괄하는 용어가 되었다. 우주를 무대로 한 리얼리스틱한 하드 SF를 가리키는 우주탐사 SF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며,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우주 활극이 된다. 용어 자체는 1941년에 SF 작가이자 평론가인 윌슨 터커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는데, 1940년대의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멜로 드라마틱한 라디오 연속극 소프 오페라나 말 탄 카우보이들이 활약하는 서부 활극을 의미하는 호스 오페라(horse opera)에 빗댄 표현이며, 무대만 우주(space)로 옮겼을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앞의 장르들과 동일한 대중 취향의 싸구려 장르라는 비아냥을 담고 있었다.

글자 그대로 은하계를 넘나드는 스케일과 외계인과의 처절한 우주 전쟁을 다룬 오락적인 작풍으로 이 하위 장르의 기본적인 성향을 일찌감치 규정했다고 할 수 있다. 엄밀한 과학 법칙보다는 초과학의 이름을 빌린 신화나 전설의 모티프를 따오거나 다른 고전들의 얼개를 빌리는 경우가 많으며, 현대 SF의 기반을 이루는 메타 기법인 외삽법으로는 설명하거나 정당화하기 힘든 초월적인 '힘(force)'이나 맥거핀을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9. 고목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에서는 늘 클리셰로 반복되는 푸티지가 있다. 황량한 사막. 바람부는 언덕 위에 남은 쓸쓸한 고목같은 것들.

10. Stop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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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절벽

절벽의 질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미디움을 물감에 섞어서 사용하고, 측면에 형광 스프레이를 뿌려서 물감의 자국을 강조 되도록 했습니다. 회색과 형광주황색이 서로 충돌하면서 눈으로 보아도 마치 만지는 것처럼 촉각을 자극해주길 바랐습니다.

저는 그림에서 이미지와 물질이 충돌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불타고 있는 절벽의 이미지가 적절한 예가 될 것 같은데요. 완벽하게 이미지로만 혹은 물질로만 작동하는 그림이 아닌 보는 이에게 계속 분기점을 요구하는 그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12. 그림의 옆면

그림을 그리면서 늘 캔버스의 옆면을 처리하는 문제와 마주한다. 쿨하게 앞면을 그리고 옆면의 러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아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곱게 색을 입히거나 지금처럼 앞면을 연장해서, 혹은 또 다른 숨겨진 이미지를 얹을 때도 있다.

다시 말해 다양한 방식으로 옆면처리를 하는데,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을때는 옆을 신경쓰지 않는다. 캔버스의 옆이 그림의 부산물로만 존재해도 충분하니까. 이미지의 앞면에서 한 이야기와 불연속적이면서 곁들일 만 한 소스같은 이야기를 얹고 싶을때는 옆면을 연장해서 그린다. 캔버스를 이미지보다 물질에 가깝게 이용하고 싶을 때, 또는 이미지가 충분히 강해서 물질성을 드러내서 이미지를 중화?하고 싶을 때 옆면을 단색으로 칠한다.

나는 옆면의 처리방식을 지금보다 더 많고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일관성 없음을 일관성 있게 가져가고 싶다.

12-1. 신체의 일부를 그리는 일

나는 지금까지 내 몇몇 그림에 신체 기관 일부나 인체해부 모형을 그려 넣었다. 이를테면 나는 뇌, 심장, 안구, 치아, 귀 모형, 생식기 모형, 소화기 모형, 안구 모형 등을 그림의 소재로 이용했다. 우리의 일부분이지만 분리되어 있을 때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게 재밌게 느껴졌고, 각 기관들은 해당하는 감각과 사고가 일어나는 현상적 공간이어서 기관을 그리면서 그것들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든지 감각에 관해 상상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눈동자는 동글동글하고 탄력이 있고 광택도 있다. 홍채의 색을 그리고 흰자위 부분에 핏줄을 그리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눈동자를 그릴 수 있는 건 나에게도 그게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는 가끔 시력을 상실하는 꿈을 꾸곤 한다. 그런 새벽이면 눈물범벅이 된 채로 깨어나서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안경을 찾아 쓴 뒤에, 새벽의 어스름한 빛에 익숙해진 눈의 망막에 사물이 맺히고 나서야 한참을 멍하니 누워서 조용히 안도하는 것이다.

12-2. 늪과 비슷한 무언가

2016년에 〈늪과 숲〉 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숲도, 늪도 제가 그림에서 자주사용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발음이 좋지 않나요? ‘늪과 숲’. _받침도 다 ㅍ이고 뭔가 쿨해!_ 저는 그것들이 가진 속성이 좋았습니다. 숲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배경으로 자주 쓰이기도 하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적막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요. 저는 어스름하게 해가 떨어지는 시간의 숲을 상상하곤 합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도 하죠. 멀리서 컹컹 거리는 짐승의 소리도 들려오고요. 완벽하게 어둠이 내린 숲에 혼자 남아있는 상상을 하며 그림을 그립니다.

늪은 (무언가를 품는다는 점에서) 숲과 비슷하지만 모든 것이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숲의 포용과는 조금 다른게, 늪은 품는 대상의 속성을 유지시켜주지 않아요.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 들여서 그냥 가라앉혀 버리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리는 늪은 약간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쓰입니다. 적당히 다 때려박아 넣을 수 있어서 좋아요. 슬픔이나 기쁨같은 감정도, 고뇌도, 뭐 잡다한 상념이나 걱정들도 그냥 가져다 넣으면 되는 속편한 소각로처럼 이용합니다. 그리기도 좋아요. 물감을 쭉 짜고 쓱쓱 가로로 문질러주면 ‘늪’ 같은 게 짜잔 하고 완성이 됩니다. 반 정도는 반사하고 나머지 반은 흡수되는 빛을 표현해 줘도 좋고요.

늪과 숲을 그리고, 어떤 감정을 달아서 제목을 짓기도 합니다. 〈슬픔을 간직한 검은 숲〉이라든가 〈기쁨의 늪〉 같은 작업이 있죠. 둘 다 판매 되었고 지금은 사진도 남아있지 않아서 소개하고 싶은데 보여 드릴수가 없네요. 구입해서 가지고 계신 분이 여전히 아껴주시고 있기만을 바라겠습니다.

13. 까마귀 (권태현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전염병도 여전하고요. 정말 쓸쓸하고 차분한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선생님과 제 난지 작업실에서 만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공감을 나눴어요. 즐거운 미팅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묘하게 다른 전시에서 계속 마주치기도 했고요. 편지글과 비평문의 형식이 뒤섞인 글을 받은 뒤에 글을 읽고서 전 선생님께 꼭 답장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편지를 발송하는 건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제게 주신 편지는 저 개인에게 보낸 동시에 불특정 다수의 참조인을 상정하고 있는 글이라고 생각 돼서, 그 글을 읽은 분들이 저의 답장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편지를 이렇게 제 그림 안에 숨겨둡니다. 마녀의 편지라면 왠지 까마귀가 전달해 주어야 할 것 같지 않은가요?

이렇게 그림 속에 숨겨진 편지를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우선 드리고 싶네요. 지금은 새벽 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적으면서도 참 궁금해요. 권태현 선생님께 드리는 저의 답신을 과연 몇 분이나 읽게 될까요?

이렇게 온라인으로 말고 직접 제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거리 에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오프라인 전시와 오픈 스튜디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온라인 전시를 제안 받았습니다. 그리고 참 많은 고민에 잠길 수 밖에 없었지요. 저는 물질과 이미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야 말로 페인팅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그린 회화작업을 온라인(비물질적)으로 변환하기 위해선 그 동안 제가 표현하고 보여주려고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모색해야만 했어요. 여기에 더해서 저는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형태의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오프라인 전시의 대체제로서의 온라인 컨텐츠가 아닌 오직 온라인으로만 작동가능한 무언가를 만들지 않을거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제가 고안한 것은 이렇게 그림 이미지와 이걸 그리기 위해서 모은 레퍼런스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이퍼링크를 넘나들며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이미지와 텍스트, 보이스와 사운드등 다양한 방식으로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보글보글 마녀 스프’ 잘 아시죠? 감각의 층이 더욱 더 많이 쪼개져서 나뉘어 질 수 있도록요. 제가 직접 보고 겪은 것들, 참고한 뉴스 기사나 SNS의 사진, 그림을 그리면서 들었던 노래를 함께 보고, 읽고, 들으면서 저의 감각과 감정을 상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누군가 다른 이의 경험을 상상해서 그림으로 그리려고 시도했던 것 처럼요. 오늘은 한 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제가 되어서 저의 경험을 느껴 주세요.

그리고 세계의 종말 이후 바뀌어 버린 세상의 모습을 함께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곧 또 만나겠지요? 계속 그랬던 것처럼 우연히 또 만나서 반갑게 인사해요. 그럼 안녕히!

14. 그림에 붙은 머리카락

작업실에 와서 어제 그리던 그림을 한참 살펴보는데, 캔버스에 내가 그린 적 없는 동그라미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뭐지 싶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머리카락이 한 가닥 떨어져서 캔버스 위에 슬쩍 붙어있는거였다. 바로 떼어낼 수도 있었지만 나는 붓에 하얀색 물감을 찍어서 그 동그란 형태를 살살살 채워주었다.

15.시각적 실인증 visual agnosia

뇌의 특정부위_좌측 측두엽과 좌측 후두엽으로 추정_ 의 이상으로 시각적으로 공간이나 특정사물등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올리버 색스의 저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보면 시각실인증의 여러가지 예가 나오는데,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남자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이 남자는 시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모자라는 물체와 아내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사와 상담을 마치고 일어서서 모자를 쓰기 위해 아내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아서 자신의 머리에 가져가는 동작을 반복했다고 한다. 시각 실인증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데, 내가 그림의 기법에 영감을 받은 시각 실인증은 ‘공간을 지각하지 못하는 증상’이었다. 선천적으로 맹인으로 태어난 사람이 나중에 수술을 통해서 시력을 회복한 후에 멀리 있는 사물과 가까이 있는 사물을 구분하지 못해서 멀리 있는 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어서 공간을 휘젓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는 글을 읽고 가까운 것과 멀리있는 것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라면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감각될 지 상상했었다. 원근이 뒤섞이거나 역전된 상태를 그리기 위해서 뒤에 위치한 물체를 앞의 것 보다 선명하게 그리거나 그리는 순서를 반대로 해서 가장 앞에 있는 물체를 먼저 그리고 멀리에 있는 물체를 가장 나중에 그리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해보았다.

16. 포스트아포칼립스를 소재로 그리기

이 작업은 새롭게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so,one의 첫번째 전시에 초대되면서부터 기획되었다. 새로운 공간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종말 이후의 세계 속에서 부디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다. 연남동에 위치한 공간 so,one은 작다. 얼마나 작냐면 이 그림 딱 하나만 전시했는데도 좁아서 그림을 접어서 꺾어서 걸어야 했다. 원래는 두점이 서로 등을 맞닿아 있도록 해서 천장에 매달아 놓으려고 했다. 그림의 옆면을 그린 것도 이런 디피를 염두하고 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디스플레이 방식이 바뀌면서 옆면은 결국 보여줄 수가 없었다.

16. 포스트아포칼립스를 소재로 그리기

화장실의 냄새와 꽃 냄새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_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화는 전부 시들고 조화는 여전히 푸르다_

밤과 낮

불과 밤 하늘_뜨거움과 차가움_

거친표면과 보들거리는 표면

큰 것과 작은 것

18. 저장강박증 compulsive hoarding syndrome, 貯藏强迫症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어떤 물건이든지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계속 저장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는 습관이나 절약 또는 취미로 수집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한 행동장애로 본다.

19. 공상허언증 pseudologia fantastica, 空想虛言症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습관을 말함. 심리학적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20. 스스로 증식하는 의미들

무한대로 다양한 소재들을 이용해서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저 스스로 생겨나는 네러티브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업을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논리-혹은 만들어진 논리 위에서 진행되는 작업의 경우처럼(관계의 역전) 작업 전개과정에 공상허언증적인 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많은 경우 관람자들이 그림을 자신의 경험에 대입해서 읽고 각자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고 구성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작업을 진행하고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이야기와, 관람자가 작업을 보면서 스스로 만드는 이야기가 대입되고 상호작용하는 구조의 작업을 진행하려 계획 중이다.

21. 여정

나는 내가 속한 이 세계에 대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를 언제나 갈망해왔다. 우주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 경이로운 곳은 또 왜 어떠한 이유로 존재하는지! 이런 것들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는 겪어온 경험들을 토대로 의미를 반추해 보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세상을 더욱 넓게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의미 있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마치 저장 강박증이 있는 사람처럼 강박적으로 지식을 모아 나갔다. 하지만 무엇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는 믿음은 언제나 배반당하고 세상은 도무지 하나의 정의로 관통되지 않는다. 과연 이런 세계를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해 내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